천흥사지 당간지주에서 만난 겨울의 고요와 천년의 신앙

겨울 햇살이 부드럽게 번지던 날, 천안 서북구 성거읍의 천흥사지 당간지주를 찾았습니다. 들판을 따라 난 좁은 시골길 끝에 두 개의 거대한 화강암 기둥이 마주 서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돌기둥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정제된 곡선과 세밀한 조각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변은 조용했고, 들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낮게 울렸습니다. 오래전 사찰의 중심이었던 자리임을 알 수 있는 건 바로 이 두 개의 지주뿐이었지만, 그 사이에 서 있으면 묘한 장엄함이 느껴졌습니다. 사라진 절의 시간은 없지만, 신앙의 흔적만큼은 단단히 남아 있었습니다.

 

 

 

 

1. 찾아가는 길과 접근 동선

 

천안시청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 성거읍 천흥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를 따라가면 ‘천흥사지 당간지주’ 표지판이 보입니다. 내비게이션에 ‘천흥사지 당간지주’를 입력하면 마을 입구의 주차장까지 안내됩니다. 주차장에서 유적지까지는 도보 3분 거리로, 낮은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두 개의 돌기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길가에는 억새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들판 너머로는 마을의 지붕들이 점점이 보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천안역에서 성거읍행 버스를 타고 ‘천흥리정류장’에서 하차 후 약 600m를 걸으면 도착합니다. 마을 안쪽에 자리한 덕분에 주변은 조용하고, 이른 아침에는 안개가 얇게 감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2. 유적의 구성과 첫인상

 

천흥사지에는 현재 당간지주만이 남아 있습니다. 두 개의 화강암 기둥은 높이 약 4.2m로, 사찰 입구의 당(幢)을 세우기 위해 세워졌던 구조물입니다. 기둥의 바깥면은 매끈하게 다듬어졌으며, 안쪽에는 당간을 끼웠던 홈이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상단부는 곡선으로 마감되어 부드럽게 솟아오르고, 하단부에는 기단석이 받치고 있어 균형미가 돋보입니다. 두 기둥 사이의 간격은 약 80cm로, 당간이 세워졌을 당시의 장엄함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돌의 질감은 세월에 닳았지만 여전히 단단했고, 표면에는 이끼가 얇게 끼어 은은한 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선 두 기둥이 오히려 사찰의 존재감을 대신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3. 역사적 배경과 의의

 

천흥사지는 통일신라 말기 또는 고려 초기에 세워진 사찰의 터로, 당시 천흥 일대는 불교가 번성하던 지역이었습니다. 당간지주는 사찰의 중심 축선 앞에 세워져 법회나 불교행사를 알리는 깃발을 매다는 역할을 했습니다. 천흥사지의 당간지주는 그 보존 상태와 조형미가 뛰어나 충청남도 지역 석조문화재 가운데에서도 손꼽히는 유산입니다. 전체적으로 통일신라 후기의 조각 양식을 반영하며, 기둥의 비례와 세부 처리에서 장인들의 정교한 기술이 느껴집니다. 주변의 발굴조사에서는 기와 조각과 석조 유구가 발견되어 사찰 규모가 상당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찰은 사라졌지만, 두 개의 돌기둥이 천년을 견뎌내며 그 시대의 신앙과 미학을 전하고 있습니다.

 

 

4. 보존 상태와 관람 환경

 

유적지 주변은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잔디가 고르게 깔려 있고, 당간지주 주위에는 낮은 보호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안내판에는 사찰의 위치도와 당간지주의 구조, 시대적 특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벤치가 두세 개 마련되어 있어 잠시 앉아 쉬며 돌기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오후에는 빛이 남쪽에서 기울며 돌기둥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한층 웅장한 인상을 줍니다. 관리 상태는 전반적으로 우수하며, 잡초나 훼손 흔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유적지 주변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람이 잔잔히 흐르고, 새소리와 함께 차분한 공기가 감돌았습니다. 단순한 돌기둥이지만 그 안에 깊은 시간의 결이 느껴졌습니다.

 

 

5. 인근 명소와 연계 코스

 

천흥사지 당간지주를 관람한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의 ‘성거산 법왕사’를 방문하면 좋습니다. 현존 사찰의 불교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성거읍에는 ‘입장산 자연휴양림’이 가까워 산책이나 숲길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점심은 인근 ‘성거산식당’에서 버섯전골이나 청국장을 추천드립니다. 지역산 재료로 만든 반찬들이 정갈했습니다. 오후에는 천안시내로 이동해 ‘유관순열사사적지’를 둘러보거나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면 역사 탐방 코스로 하루 일정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짧은 이동 거리 안에 불교문화와 근현대사가 함께 어우러지는 동선이었습니다.

 

 

6. 관람 팁과 유의사항

 

천흥사지 당간지주는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여름철에는 주변 잔디밭에 벌레가 많을 수 있으니 긴 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가 온 직후에는 돌 표면이 미끄러워 접근 시 주의해야 합니다. 보호 울타리 안으로는 출입이 제한되며, 돌에 손을 대거나 기대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 방문하면 햇살이 기둥 전면을 비추어 가장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른 봄에는 주변 들꽃이 피어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가 있습니다. 조용히 머물며 돌이 전하는 무게와 세월을 느끼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마무리

 

천흥사지 당간지주는 단 두 개의 돌기둥으로 남았지만, 그 안에는 사찰의 존재와 신앙의 의지가 응축되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돌 사이를 스칠 때마다 천년의 시간도 함께 흐르는 듯했습니다. 화려한 조각 없이도 그 자체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모습에서 고대 장인의 솜씨와 정신이 느껴졌습니다. 잠시 마당에 서서 하늘을 향한 기둥의 끝을 바라보니,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신앙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봄날, 들판에 새싹이 돋는 시기에 이곳을 보고 싶습니다. 천흥사지 당간지주는 천안의 역사와 시간, 그리고 인간의 믿음이 고요히 서 있는 유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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